영화 속 프랑스 와인의 역할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프랑스 와인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만큼, 영화와 와인 모두 무척 좋아합니다. 프랑스 영화에서 와인은 단순한 소품이 아닌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고 캐릭터를 깊이 있게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용됩니다. 때로는 하나의 캐릭터로서 서사에 깊이 관여하기도 하고, 캐릭터들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기도 하지요. 이번 글에서는 영화들에 등장한 대표적인, 특히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와인들과 그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1. 샤토 슈발 블랑 (Château Cheval Blanc)
샤토 슈발 블랑은 프랑스 보르도 생떼밀리옹 지역의 유명한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와인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영화 ‘사이드웨이즈(Sideways)’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영화 속 의미
- 주인공 마일스가 오랫동안 소중히 여겼던 1961년 샤토 슈발 블랑은, 그의 복잡한 내면을 상징합니다.
- 영화 내내 Merlot 이 싫다고 했던 마일스이지만, 결국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심하게 와인을 즐기는 장면은 그의 내면 변화와 깨달음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Cheval Blanc 특징
- 멜롯(Merlot)과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블렌딩하여 생산됩니다.
- 명실상부 보르도 최고의 와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고, 2023 빈티지는 52% 멜롯, 46% 카베르네 프랑, 2%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구성됩니다.
- 23년 빈티지 기준, 제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약 500유로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2. 샤토 앙젤뤼스 (Château Angélus)
샤토 앙젤뤼스는 생떼밀리옹의 프리미어 그랑 크뤼 클라세 A 등급 와인으로, 고전 명작 ‘007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서 중요한 장면에 등장합니다.
영화 속 의미
- 제임스 본드와 베스퍼 린드가 기차에서 이 와인을 즐기는 장면은, 두 캐릭터 사이의 로맨스와 긴장감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 이 와인으로, 다른 대사없이도 관객들은 본드의 세련된 취향과 지식을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 위 장면 외에도 프랑스 대표 여배우 레아 세이두가 샤또 앙젤리스 옆을 지나가는 장면은, 마치 광고처럼 세련되었다는 호평을 받았지요.
Château Angélus 특징
- 멜롯을 주 품종으로 하고, 카베르네 프랑도 포함됩니다.
- 2023 빈티지는 60% 멜롯과 40% 카베르네 프랑으로 구성되며, 풍부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탄닌이 특징입니다.
- 23년 빈티지 기준 제가 있는 프랑스에서는 약 3-400유로대의 가격입니다. 영화를 모티브로 한 007 리미티드 에디션은 전세계 225 바틀만 생산되어, 더 높은 가격일 뿐더러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네요.
3. 도멘 룰로 (Domaine Roulot)
도멘 룰로는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이너리 중 한 곳으로, 영화 ‘백 투 버건디(Back to Burgundy)’의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원제인 Le Vin et le vent (와인과 바람) 이라는 타이틀을 더 선호합니다.
영화 속 의미
- 영화 '백 투 버건디'에서 와인은 세 형제들의 개인적인 성장과 가족 간의 유대를 동시에 보여주는 중심 은유입니다.
- 내러티브는 포도나무에서 병에 이르기까지 와인의 여정을 묘사하며, 각 캐릭터의 성장과 화해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어요.
- 특히 실제 촬영을 뫼르소에 위치한 Domail Roulot에서 했는데, 이 와이너리의 주인인 장 마크 룰로(Jean-Marc Roulot)가 직접 조연으로 참여하기도 하는 등 영화의 현실성과 깊이를 더했습니다.
Domail Roulot 특징
- 부르고뉴 뫼르소(Meursault) 지역의 대표적인 생산자로, 고품질의 샤도네(Chardonnay)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 와인은 맑은 골드 색을 띠며, 라임과 청사과 등의 산뜻한 과실 향과 부싯돌의 미네랄리티가 여운을 자아냅니다.
- 프랑스에서는 chardonnay는 100유로 대, meursault는 300유로대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4. 도멘 디디에 다귀노 시렉스(Domaine Didier Dagueneau Silex)
'도멘 디디에 다귀노 시렉스(Domaine Didier Dagueneau Silex)' 는 영화 '파리로 가는 길'('Paris Can Wait')에서 주인공들이 프랑스 여행 중 경험하는 미식과 와인 문화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 속 의미
- 영화에서는 Domaine Didier Dagueneau Silex 외에도 5종의 와인이 소개되는데요, 와인을 즐기는 장면들의 전환을 통해 주인공들의 관계 발전, 여주인공 앤의 개인적인 성찰이 드러나며, 와인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 스토리 전개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 프랑스 남부에서 론 강을 따라 파리까지 가는 여정 속에서, 론 와인과 프랑스 요리의 페어링을 보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Domaine Didier Dagueneau Silex 특징
- 루아르 밸리 푸이 퓌메(Pouilly-Fumé)에서 생산,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100% 입니다.
- '실렉스(Silex)'는 프랑스어로 부싯돌을 의미하며, 와인에서 미네랄리티와 석회질의 풍미를 강조합니다. 신선한 산도와 복합적인 아로마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선사합니다.
- 저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와인인데요, 가격대는 프랑스 기준 100유로 후반대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B.loom Comment
프랑스 영화 속 와인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캐릭터의 성격, 영화의 분위기, 때로는 스토리 전체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와인은 프랑스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영화는 더욱 감각적이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지요.
보기만 해도 이미 와인을 음미한 것처럼 향이 나는 영화들, 어떠셨나요? 프랑스의 미식 문화와 주인공들의 내면 여정을 풍부하게 경험하셨길 바랍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 해를 맞이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와인 한잔 즐기시는 것도 좋겠습니다.